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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대표변호사, 관태기, 인간 소외의 쓸쓸함 (서울신문 2017.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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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08 14:15 조회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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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산지)

 

우리나라는 불과 수년 사이 뭔가를 혼자 하는 게 트렌드인 듯 보이는데, 이 추세가 4차 산업혁명과 딱 맞물려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린다. 바로 인간 소외의 쓸쓸함 때문이다. 가장 흔한 가구 형태조차 1인 가구고, 매년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도 착잡하기 그지없다. 사실 1인 가구의 증가는 소위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이 시대 청년들의 진한 아픔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최근 청년 세대의 일, 가정 양립 세미나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늘려 줄 순 없겠느냐는 질문에 이 추세로는 지금 어린이집도 남아돌 판인데 어떻게 늘리겠느냐는 답변을 듣곤 움찔했던 기억이 난다.

 

하여튼 이 나라를 온통 걱정으로 몰아넣고 있는 인구절벽 문제는 이건 진짜 놀라운데라고 할 정도로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거둬들이는 게 없다 해도 청년 대책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자함이 마땅하리라. 그런데 문제는 줄어드는 사람 숫자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같이 사는 게 만만치 않게 힘들어지는 현상이 눈에 두드러진다. 관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게 소외의 극단까지 치닫는 건 아닌지 조바심까지 밀려온다. 흔히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도 이젠 30만명을 육박했고, 음성 통화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콜포비아족도 생겼다. 심지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육성 통화는 사리질 거란 말조차 들린다. 소위 혼족이 늘어가는 게 복잡한 관계 설정을 피하고 혼자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회현상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 않은가.

 

바야흐로 대한민국에 관계의 권태기가 도래했다고들 한다. 누구든 배신의 추억이 있다. 관계의 실패를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렇다고 관계를 통째로 버릴 순 없지 않은가. 인간 관계의 염증이 불통과 단절이란 세태로 넘어가는 건 결코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관계의 형성에 관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관태기란 신조어를 그냥 체념 어린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홀로현상을 아예 기정사실화하려는 정서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젠 싱글 라이프를 종전 가족 형태로 돌이키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들리니 말이다. 물론 결혼을 하는 게 옳고 안 하는 건 틀렸다는 식의 접근은 절대 반대다. 그러나 혼자 살든 같이 살든 간에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삶은 끊임없이 권장하는 게 마땅하다. 인간은 홀로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마주 보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제안한다. 관계를 구성하는 상대방의 가치를 바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줄이자는 게 첫째고, ‘갑을이란 수직적 권력 구조를 도움이란 수평적 매개체로 바꿔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게 둘째다.

 

무엇보다 관계의 기본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를 포함한 각 개인에 대한 판단 기준을 생각해 보라. 의외로 수치적, 계량적, 객관적이다. 나이, , 몸무게, 출생지, 학력과 경력, 각종 자격증과 연수 횟수 심지어 통장 잔고나 아파트 평수까지 말이다.

 

그러니 피곤하고 삭막한 삶의 반복인 게다. 수치화할 수 있는 스펙들은 더 높은 를 위해 끊임없는 발버둥질을 요구하니 말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답안지로 절대 평가할 수 없는 존재인데도 말이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기준을 보다 진정한 가치로 바꿔야 한다. 선량함이나 정직성, 동정심과 정의감 등은 측량과 비교가 어렵고, 만점도 매길 수 없지 않은가.

 

다음,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돕는 자도움이 필요한 자갑을 관계를 대체하라는 거다. ‘갑을 관계는 수직적 사고에 근거한다. 관계에 대한 수평적 사고를 도입하는 게 바로 돕는 자도움이 필요한 자로 관계를 재정의하는 거다. 모든 관계는 도움을 매개로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 없고, 타인을 도울 수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향해 도움을 주고,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이기에 가치가 있다. 만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갑을 관계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산다면, 개인의 삶도 피폐해지고, 공동체도 파국을 맞지 않겠는가.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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